다낭에서 남쪽방향으로 약 30km, 베트남 꽝남 성에는 호이안(Hoi An)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과거 호이안은 지리적 이점을 토대로 베트남에서 '바다의 실크로드'라고 불렸던 국제무역항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었단다.
베트남 다낭/호이안 여행
호이안 등불이 밝히는 낭만의 밤
호이안이 한창 번성하던 시절, 이곳으로 일본, 네덜란드,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무역상이 드나들었고, 호이안은 동양적이면서도 서구적인 분위기를 가진 마을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 때 형성된 마을은 동남아시아의 무역항으로 크게 번성하였고, 현재까지 잘 보전되어 온 사례라는 점을 인정받아, 호이안 올드타운은 1999년 제23차 유네스코 회의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호이안은 매일 수많은 여행객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다낭 여행에서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호이안은 다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호이안 구시가지 내에서는 차량과 오토바이의 운행이 통제된다. 다낭은 물론, 베트남 어느 곳을 가도 그렇게 흔히 보이던 오토바이를 호이안 올드타운을 거니는 동안에는 만나는 것이 힘들다.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호이안 올드타운은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옷, 기념품,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 거리를 다니면서도 볼거리가 많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디저트카페도 많아 허기를 채우고, 더위를 식히며 잠시 쉬어가기도 좋다.
호이안의 이색적인 건물과 상점들을 둘러보면서, 기다리는 것은 바로 "호이안의 밤"이다. 좁은 골목 위로 매달려있는 수많은 등불들이 해가 지기 시작하면 호이안의 거리를 밝히기 때문이다.
날이 어둑해짐과 동시에 호이안 구시가지 거리는 낮보다 더 환해지기 시작한다. 거리에 매달린 등에 불이 하나씩 켜지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저녁까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도 바로 호이안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함일 것이다.
본격적인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호이안 올드타운을 가로지르는 투본강의 강가로 향한다. 사람들이 띄운 소원등이 벌써부터 하나둘 투본강 위를 밝게 빛내고 있다.
호이안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강가를 걷기도 하고, 나룻배를 타기도 하고, 소원등을 띄우기도 하며 저마다 호이안의 밤을 즐긴다.
호이안의 밤이 여행객들에게만 아름다운 것은 아닌 듯 하다. 베트남 전통복장을 입은 현지의 예비신혼부부들도 호이안의 오색찬란한 불빛을 배경으로 웨딩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불빛들을 보고 느끼는 느낌은 우리나 그들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나 보다.
강 맞은편으로 건너기 위해 다리를 오가는 사람이 많다. 나도 맞은편에 있는 호이안 야시장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넌다. 강의 양옆으로 늘어선 불빛들이 만드는 모습은 마치 동화같다.
그런 동화같은 곳에서 야시장으로 장소를 옮기면,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물건값을 깎으려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영락없이 동네 시장과 같은 느낌이다.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는 노점상은 물론, 호이안 야경의 주연인 호이안 등을 파는 가게도 있다.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어 있는 등불들은 가까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많은 여행객들도 전시된 등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간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 은은한 하늘과 호이안의 불빛들이 만들어낸 광경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호이안을 당일치기로 짧은 일정을 계획했던 것이 너무도 아쉽게 느껴졌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호이안은 여유롭게 다시 둘러보고 싶은 그런 여행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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