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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울·경기권

창경궁과 창덕궁 후원에 소나기 내리던 날

by 언쓰 2019. 8. 21.

 

창덕궁과 함께 동궐(東闕)로 불렸던 창경궁(昌慶宮)은 원래 수강궁이란 이름으로 세종대왕이 즉위하면서 아버지인 태종을 모시기 위해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후 이 수강궁이 확장되면서 창덕궁의 별궁 역할을 하는 창경궁이 되었단다.

 

 

 

 


창경궁과 창덕궁 후원

소나기 내리던 날


 

 


사실 창덕궁을 관람하면 창경궁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것인줄 알았는데, 창경궁과 후원의 입장권을 파는 곳이 따로 있었다. 그래도 창경궁의 입장료는 천원으로, 창덕궁의 입장료와 더해도 4천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창덕궁과 창경궁을 잇는 함양문을 지나 창경궁으로 들어서면, 지금까지의 창덕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마치 궁궐 내부에 작은 숲이 있는 것 같은 느낌.

 

 


창덕궁 후원은 조선시대의 조경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건축과 자연이 잘 조화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왕실 정원으로, 한국적인 조경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창경궁의 작은 숲을 거니는 동안에는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한 다양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었다.

 

 

앙부일구와 풍기대


세종 때 널리 보급되어 시간과 절기를 알려주던 해시계 앙부일구와,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기 위해 만들어진 풍기대의 모습도 볼 수 있고,

 

 

춘당지


창경궁 산책을 더 즐겁게 해주는 연못, 춘당지(春塘池)도,

 

 

팔각칠층석탑


독특한 모양이 특징인 팔각칠층석탑의 모습도 시선을 잡아끈다.

 

 


며칠전에 비가 왔기 때문인지 왕실정원의 풀숲에는 다양한 종류의 버섯들이 자라나 있었다. 어릴 적 한번씩 등산을 갔을 때 산에 이렇게 버섯이 자란 모습을 종종 보곤 했었는데, 이렇게 도심 한복판에서 보는 것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빠르게 둘러보기로 했다. 왕실정원에서 여유롭게 산책도 즐겼으니 창경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창덕궁의 구역은 크게 외전과 내전으로 구분되는데,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이 위치한 곳이 외전이다.

 

 

창경궁 명정전의 내·외부 모습


창경궁 명정전은 대한민국 국보 제226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종 15년에 처음 창건된 명정전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8년에 중건하였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궁궐 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왕의 집무공간이었던 문정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들


명정전을 둘러보고, 내원 쪽으로 가는 도중에 비가 점점 더 많이 오기 시작했다. 창덕궁을 둘러볼 때만해도 날씨가 화창했던 것 같은데, 그 날따라 날씨가 참 변덕스러웠던 것 같다.

 

 


우산이 없던 사람들은 예기치 않게 내원에 있는 통명전의 지붕 밑으로 모여서 비를 피하게 되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가기 무섭게, 빗줄기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금방 지나가는 소나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비가 내렸다.

 

 


어차피 우산도 없는데다, 비가 와서 더 이상의 관람은 힘들 것이기 때문에 이왕 이렇게 된 것, 전각의 마루에 앉아 이 운치를 즐겨보기로 한다. 그래도 제법 오래 내리는 비에 더위는 사그라들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

 

 


비 때문에 발이 묶이게 되었지만 전각의 기와지붕을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니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 여유에 취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창경궁의 운치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창경궁 옥천교와 홍화문


부산으로 내려가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가 꽤나 빠듯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다시 바삐 움직인다. 창경궁 창건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옥천교와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통해 밖으로 나섰다.

 

 


비록 비 때문에 창경궁을 자세히 둘러보진 못했지만 오래된 어느 전각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즐긴 여유 덕분에, 언젠가 꼭 다시 찾고 싶다는 좋은 추억을 남기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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